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기간 제한 부당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기간을 제한하는 현행 한국 국적법은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헌법소원이 또다시 ‘각하’됐다 워싱턴DC 전종준 변호사는 지난해 9월 버지니아주 거주 폴 사군을 대리해 헌법소원 심판청구(사건번호 2014헌마788)를 접수했다. 이에대해 한국 헌법재판소는 26일(한국시간), ‘기각’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9명의 헌법재판관 중 4명(재판관 박한철, 김이수, 이정미, 안창호)이 헌법소원에 찬성했지만 5명의 재판관이 반대해 5:4로 각하됐다고 설명했다. 선천적 복수국적과 관련한 전 변호사의 헌법소원 제기는 2013년부터 시작돼 이번이 4번째였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앞으로도 2세 한인 동포들에게 불합리한 헌법을 고치기 위해 헌법소원 제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4전5기’의 뜻을 밝혔다. 폴 사군은 18세로 태어날 당시 부모가 모두 영주권자로 공직사회 진출을 꿈꾸고 있지만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한국 국적법으로 인해 불편과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국적법 제 12조(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 제 2항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남자인 경우는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만 38세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같은 내용은 병무자원 확보와 고의적 병역면탈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한인 2세들에게는 불편만 초래하는 부당한 규정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 재판소는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병역의무를 해소한 후에야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 제12조 제2항 본문, 제14조 제1항 단서가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하지만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재판관 박한철,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의 반대의견, 국적이탈의 자유는 거주·이전의 자유의 내용이 아니라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것이라는 재판관 강일원의 별개의견이 있었다”고 헌법재판소 발표문은 덧붙였다. 전 변호사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 실제로 한국군 복무도 어렵고, 대부분의 미주 한인 2세는 국적이탈에 관한 한국 국적법 규정을 알지 못하고 또한 한국정부도 통보를 해 준 적이 없어 적법절차 위반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전 변호사는 “국적이탈을 원해도 만 18세가 넘어버리면 20년 동안 그것마저도 봉쇄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특히 사관학교나 공직에 진출시에 이중국적 여부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도 많아 국적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반대의견’을 냈던 재판관들은 “법률조항들에 서 정한 기간 내에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복수국적자에 대해, 단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 등을 엄격하게 소명하도록 하고, 관할관청에서 병역면탈의 의사에 대해 엄격히 심사한다면 복수국적을 이용한 병역면탈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등의 의견을 밝혔던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헌법소원이 제기될 경우, 승소할 가능성도 높다”고 일부 법률 관계자들은 밝혔다. 박세용 기자 park.seyong@koreadaily.com